끄적끄적

오븐으로 하는 커피 로스팅

Kenn. 2023. 6. 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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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집에서 직접 로스팅해서 마신지가 2년 반이 되어간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맛이 좋을거라는 큰 기대 없이 시작했는데 지금은 멈출 수가 없다.

 

홈로스팅 하면 보통 팬로스팅을 생각한다. 가스렌지 위에서 팬에 생두를 넣고 끊임없이 흔들어주는 방법.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15분 정도를 끊임없이 팬을 들고 저어주는 일은 보통일이 아닐 것이고 주변을 엉망을 만들 채프며 심하게 발생할 연기까지. 그냥 원두 사서 마시고 말지.

 

그러다가 유튜브에서 오븐 로스팅에 대한 비디오를 보게됐고 5분씩 4번(예열포함)만 넣었다 빼주면 끝나는 과정이 전혀 번거롭지 않아보여 시도해봤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오븐로스팅을 하려면 한가지 조건으로 컨벡스(뜨거운 공기 내부 회전) 기능이 있는 오븐이 있어야 한다. 아니면 로티세리(통닭 등을 굽기 위한 회전봉) 기능이 있는 오븐도 가능하다. 다행히 집에 있던 오븐이 컨벡스 오븐이어서 시도.

 

컨벡스 오븐은 뜨거워진 내부공기를 회전시켜주기 때문에 생두를 섞어주지 않아도 어느정도 골고루 로스팅이 가능하다. 그렇다고 해도 내부 열선이 있어서 가까운 쪽과 그렇지 않은 쪽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2-3번 정도 나누어서 섞어줄 필요가 있다.

 

오븐 로스팅 과정.

 

1.  컨벤스 기능 설정, 예열

 

- 컨벡스 기능은 설정을 통해 켜고 끌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켜두고 5분간 오븐을 최고온도로 설정하고 예열시킨다.

- 예열되는 동안 생두 준비, 필요하면 결점두를 골라내는 핸드픽 작업을 거친다.

 

투입전 생두

2. 생두 투입, 1차 로스팅(5분)

 

- 오븐용 팬에 생두를 200g 정도 넣고 골고루 펴서 오븐에 넣는다. 온도는 220-230도 정도로 5분간 로스팅.

- 연초록색이던 생두가 노란색으로 바뀌어였다.

- 5분 후 꺼내서 생두나 오븐이 식지 않도록 재빨리 섞어준다.

 

1차 로스팅(5분) 후

3. 2차 로스팅(약 5분)

 

- 온도를 210도 정도로 조금 낮추고 5분간 로스팅.

- 단 꺼내는 시점은 정확히 5분 후가 아니고 커피 상태를 보고 판단해야 한다.

- 투입 후 4-5분이 지나면 1차 팝핑(크랙)이 일어난다. 내부에서 툭툭 튀는 소리가 난다.

- 1차 팝핑이 시작되고 10여초 후에 꺼내서 섞어준다. 색상은 갈색.

 

2차 로스팅(총 10분 경과, 1차 팝핑 후)

4. 3차 로스팅(약 5분)

 

- 투입 후 4-5분이 지나면 2차 팝핑이 시작되고 원하는 시점에 꺼낸다.

- 오븐 내부의 커피 색상도 보고 같이 판단한다.

- 약배전을 원하면 2차 팝핑(크랙) 시작 전에 색상을 보고 꺼낸다.

- 2차 팝핑 시작 후 10-20여초 이내에 꺼내면 중배전으로 가장 선호되는 로스팅.

- 20여초 이후엔 커피 표면에 기름기가 흘러나오는게 보이고 강배전 상태로 넘어간다.

 

로스팅 종료(총 15분, 2차 팝핑 후 10여초 후 배출)

 

꺼낸 후에는 채망 등에 재빨리 식혀줘야 한다. 커피가 아주 뜨거운 상태여서 쿨링이 빨리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체적으로 약간 더 로스팅이 진행될 수 있다. 쿨링과정은 팬로스팅과 마찬가지.

 

200g의 생두를 로스팅 하면 170g 정도의 원두가 나온다.

쿨링 및 채프 제거가 끝난 원두

 

15분 가까이 열심히 팬을 흔들어줘야 하는 팬로스팅에 비하면 비교가 안되게 간단하다.

 

로티세리 기능이 있을 경우 로티세리용 통돌이를 이용하면 중간에 2-3번 꺼낼 필요도 없이 더욱 균일하게 로스팅 할 수 있는데 생두의 색상변화를 보기가 조금 힘들 수 있어 색상으로 로스팅 상태 판단을 하는데는 불편할 수 있다.

 

 

이렇게 로스팅된 원두를 판매량 많은 원두가게에서 주문한 원두(동일 생산지, 품종)와 비교해봤는데 차이를 못느낀다. 로스팅 후 한 두달 지난 원두와는 냄새부터 다르다. 그만큼 신선함을 직접 느낄 수 있다.

 

로스팅 한 원두는 가급적 2-3주 정도가 신선한 맛과 향을 유지하고 마실 수 있는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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